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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심리학 이야기

아시안은 정말로 미국에서 성공한 인종일까? 모델 마이너리티 이야기

by PhD_Ming 202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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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은 정말로 미국에서 성공한 인종일까?

미국에서는 아시아 사람들을 흔히 "모델 마이너리티"라고 부른다. '모델로 삼을만큼 성공적인 소수 인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인과 라틴 계열의 인종과는 달리 아시안은 높은 학업 성취 수준, 직업 소득, 사회경제적수준을 보여준다. 아래 표를 살펴보아도 아시안의 연 소득 평균은 인종적으로 최대수혜자인(차별 받지 않는) 백인보다 높음을 볼 수 있다. 

즉, 모델 마이너리티는 긍정적인 고정관념에 속한다. 공부 잘하는 아시안, 잘 사는 아시안, 성공한 아시안.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들은 이러한 모델 마이너리티라는 개념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왤까? 조목조목 살펴보도록 하자. 

아시아에 대한 개념

다음 지도는 아시아에 속하는 나라 전부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인도사람, 파키스탄 사람, 터키 사람, 사우디아라비아 사람 등등과 다함께 싸잡혀서 '아시안'이라고 불리는 것이 너무 서양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지...

솔직히... 백인과 라티노... 내 눈에는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백인들은 라틴계열인지 아닌지까지 따져서 백인을 구분하면서 우리는 생김새도 전혀 다른 중동 사람들과 다함께 하나의 아시안으로 불릴 뿐이며, 아시아 내의 각각의 민족성(ethnicity) 혹은 개별 국가적 특징은 철저히 무시된다. 즉 모델마이너리티는 아시아 내 존재하는 다양성을 철저히 무시한다. 

Map of Asia. Image credit: Peter Hermes Furian/Shutterstock.com

 

실제로 학업 성취에 관해서 아시안 집단 내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힌 연구가 있다 (Pang et al., 2011). 이 연구는 중국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 베트남계 미국인, 인도계 미국인 등 50개 국가 계열의 아시안 어메리칸들과 백인의 학업성취를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아시아 계열을 평균을 내어 백인과 비교를 했을 때는 아시아 계열이 백인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각각의 국가를 구분하여 아시안 어메리칸들을 비교했을 때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계열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백인보다 수학점수가 높았지만, 필리핀, 캄보디아 등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백인보다 점수가 훨씬 낮았다. 이 결과를 통해 한국이 더 높다고 자부심을 가지자는 말이 아니다. 아시안 내 여러 다양한 모습을 싸그리 무시하는 서양중심의 태도를 비판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아시안 내 다양성을 무시함 외에 모델 마이너리티는 또 어떤 부정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아시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 경시

모델마이너리티는 "성공적인 아시안" 을 강조하며, 이에 덩달아 따라오게되는 생각은 "아시안은 아무 문제가 없어", "아시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아" 등이다. 실제로도 privileged Asian이라며 아시안을 특권계층이라고 지칭하는 용어가 존재한다. 실제로도 연구 영역이든 정치권이든 아시안 어메리칸들의 문제는 미국에서 크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아시안들의 자살률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노년 여성층에서는 백인보다 중국계 미국인의 자살률이 10배나 노높게 보고되었다 (Leong et al., 2007). 이는 노년층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아시안 어메리칸의 자살 시도 빈도가 백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Kisch, Leino, & Silverman, 2005).

극단적인 "자살률"의 예가 아니더라도 아시안은 여전히 차별받는 마이너리티 그룹임을 볼 수 있는 근거는 여러개 존재한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직장에 지원 할 때 아시안이기 때문에 차별받았다고 보고한 퍼센트가 27퍼나 된다. 이 외에도 아시안은 급여, 승진, 집 구매, 대학 지원, 경찰을 대하는 경우, 병원에 가는 경우, 정치에 참여하거나 투표를 할 때 등 무수히 많은 일상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 '뱀부실링'이라는 말도 있다. 아시아 계열의 미국인의 고위직 계열을 막는 투명한 천장이 존재함을 의미하는 단어다.

NPR/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Discrimination in America: Experiences and Views of Asian Americans, January 26 – April 9, 2017. S5/Q13, S6/Q15, Q17, Q19, Q21, S7/Q23, S8/Q25. Each question asked of half-sample. Total N=500 Asian American U.S. adults

 

 

이러한 문제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델마이너리티는 아시안은 아무 문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성공적인 집단임을 내포하고 있다. 과연 "우리 똑똑하고 일 잘한대"라며 좋아할 고정관념인지, 긍정적인 표면 하에 여러 문제점을 묵살해버리는 고정관념인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소수 인종 간 위계 설립 및 사회적 문제점 묵살

이름조차 "모델" 마이너리티다. 아시안은 소수인종 중 '모델'로써 기능하는 인종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특히 모델 마이너리티는 아시안 문화에서 오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개인적 속성을 강조하는데, 아시안의 근면성, 학업에 대한 열정, 부모의 교육열 등을 아시안의 성공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내포하는 의미는 다른 소수 인종들은 그 개인적인 속성이 뛰어나지 못함이며, 개인적인 노력이 부족하여 그들이 못살고 있음이다. 즉 아시아 문화는 뛰어나며 흑인, 라틴계열, 미국 원주민 등 다른 소수 인종의 문화는 열등하다는 논리를 은근하게 내포하고 있다. 흑인을 예로 들어보자. 과연 흑인의 빈곤과 낮은 학업성취는 흑인 개개인의 문제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의 되물림을 생각하며 흑인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역사적으로 노예로 부리기 위해 미 대륙에 억지로 끌고와서 노예로 부리다가 어느날 이들은 자유를 찾았다. 노예 해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에 대한 차별은 지속적으로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은 여전히 흑인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업성취를 예로 들어보자. 교사의 학생에 대한 편견은 학생의 학업성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명한 한 심리학 연구에서는 랜덤으로 학생을 뽑아서 교사에세 IQ가 높은 아이, 낮은 아이라며 알려주었다. 초기에는 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아무 차이가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학기 말에는 IQ가 높다고 알려준 아이들의 학업 성취 수준이 훨씬 높았다. 교사의 편견/고정관념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힌 연구이다 (Jussim, 1989). 만약 흑인에 대해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가지고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있다면, 흑인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즉, 소수인종의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낮은 학업성취는 개개인의 노력여부 등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문제(인종차별)를 수반한다. 하지만 모델마이너리티는 이러한 사회문제점을 묵살해버리는 역할을 한다. 즉, 모델마이너리티는 이 미국 사회의 status quo를 유지하고, 백인 중심의 사회를 지속시키는 데 일조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이민 역사 무시

모델마이너리티는 미국에 있는 아시안 어메리칸들의 이민 역사를 무시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1850년 미국에서는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기간제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주로 광산, 철도, 농장, 공장 등에서 일했다. 특히 1870년도에는 캘리포니아의 노동력의 20%가 중국인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1876년의 공황과 함께 아시아 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중국인"이라며 반-중국인 입법이 강화되었다. 1882년에 미 의회는 중국인의 이민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는데 이는 미국 역사 내 존재하는 유일한 "인종을 기반으로 한 이민 금지법"이다 (Asia Society, n.d.). 지들은 북미 원주민 땅 뺏어놓고..^^...

중국인의 미국 이민이 금지되면서 1885년에는 많은 수의 일본인 노동자, 약간의 한국과 인도인 노동자들이 미국으로 일을 하러 가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서 또 반-일본인 입법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1907년 일본인의 이민에 제한이 가해졌으며, 1924년에는 일부 필리핀 사람을 제외하고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인도인들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사람들의 이민이 법에 의해 금지되었다. 이들은 시민권을 받지 못했고, 백인과 결혼이 금지되고, 토지 소유가 금지되었다 (Asia Society, n.d.). 온갖 고된 일 부려먹고는 이민 금지시킴...^^...

1965년 미국은 새로운 이민법을 통과시키는데, 높은 사회 경제적 수준과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아시아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이민을 허용하게 된다. 이 때 미국 내 아시아 사람의 비율이 1.2에서 6.4%로 훌쩍 뛰게 되었고 (Tran et al., 2019), 이는 다른 소수인종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교육 및 경제수준이 높아지는 배경이 된다. 또, 이렇게 미국으로 오게 된 1세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2세대 아시안 아메리칸에게도 이러한 높은 교육수준을 강조하여 아시아계 미국인의 높은 교육/경제수준을 계속 이어가게 해주었다 (Tran et al., 2019)

즉, 수많은 차별로 아시아인들의 이민을 막다가 이미 높은 경제 및 교육수준의 아시아인들을 주로 이민받고, 이러한 점이 아시아인들의 성공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일조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델마이너리티는 이러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차별받은) 이민의 역사를 무시한채 그들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춘다.

아시아계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압박

실제로 미국에 왔을 때 내가 수학 관련 연구를 한다고 했을 때 아시아계 교수님께서 자신이 어렸을 때 수학을 별로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다른 애들이 너는 아시안인데 왜 수학을 못하냐고 했다고 했다. 얼마나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연한지를 느낄 수 있고 또 이러한 고정관념이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는 학업에 뛰어나야한다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질적 연구에서도 아시아계 학생들이 자신들이 학업 영역에서 잘해야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보고했고, 학업 성취수준이 높아야만 '아시안'이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 같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했다 (Lee & Ying, 2001). 양적 연구를 통해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되었는다. Cheryan 과 Bodenhausen (2000)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아시아계 여성에게, "아시안이라는 인종"을 보여준 후 (아시안이라는 인종적 특징에 초점을 맞춘 경우) 수학 수행을 하는 경우 수학 수행이 높게 나왔지만, "아시안은 수학을 잘한다"라는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여준 후(아시안은 수학을 잘한다 라는 특정 고정관념에 초점을 맞춘 경우)에는 수학 수행이 훨씬 낮게 나왔음을 보여주었다. 즉, 질적 & 양적 연구 모두 아시안 학생들에 대해서 이러한 고정관념이 학업 성취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모델마이너리티를 내재화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긴 함)

결론은 모델마이너리티가 긍정적인 고정관념이라고 해서 마냥 좋게 바라볼 수 없고,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백인들의 평균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다고해서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시아인들은 여전히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에 와서 나도 아시안으로써 마이크로어그레션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는데 아시안에 대한 태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포스팅한다. 

 

 

참고문헌

Asia Society (n.d.). Asian American then and now. Asia society. asiasociety.org/education/asian-americans-then-and-now

Cheryan, S., & Bodenhausen, G. V. (2000). When positive stereotypes threaten intellectual performance: The psychological hazards of “model minority” status. Psychological Science11(5), 399-402.

Jussim, L. (1989). Teacher expectations: Self-fulfilling prophecies, perceptual biases, and accurac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57(3), 469.

Kisch, J., Leino, E. V., & Silverman, M. M. (2005). Aspects of suicidal behavior, depression, and treatment in college students: Results from the Spring 2000 National College Health Assessment Survey. Suicide and Life-Threatening Behavior35(1), 3-13.

Lee, P. A., & Ying, Y. W. (2000). Asian American adolescents' academic achievement: A look behind the model minority image. Journal of Human Behavior in the Social Environment3(3-4), 35-48.

Leong, F. T., Leach, M. M., Yeh, C., & Chou, E. (2007). Suicide among Asian Americans: What do we know? What do we need to know?. Death Studies31(5), 417-434.

Pang, V. O., Han, P. P., & Pang, J. M. (2011). 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students: Equity and the achievement gap. Educational Researcher40(8), 378-389.

Tran, V. C., Lee, J., & Huang, T. J. (2019). Revisiting the Asian second-generation advantage. Ethnic and Racial Studies42(13), 2248-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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