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지도교수님께서 그랬다.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써 본 사람하고 아닌 사람하고는 천지차이라고. 석사땐 연구가 뭔지, 내가 뭘 하고 있는 지 아주 서서히 알아가는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게 무슨 말인지 당연히 감을 잡지 못했다. 현재 두 번째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 천지차이가 무얼 의미하는지 차차 이해하고 있다.
나의 첫번째 논문은 (아직 리뷰 결과 기다리는 중) 그 전에 선행 연구가 많은 편이었다. 예를 들어 A변인과 B변인이 있다면, 그 둘 각각에 대한 선행 연구가 아주 많았고, 나는 A랑 B를 엮어서 진행한 연구였던 것이다. 그래서 선행연구에 이미 나와 있는 논리적 플로우를 따라 내 논문도 작성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교수님의 코멘트와 에디팅이 적은 편이었다 (상대적인 거지 절대적으로 보면 많았음). 반면에 지금 작성 중인 논문은 내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선행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그리하여 내가 논리 전개를 직접 해나가야 하고, 그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연구가 없을 때 다른 분야의 논문을 끌어와야한다. 예를 들어 내 논문은 아동의 유리수 인지 관련 논문이지만, 관련 내용이 없는 경우 저 멀리 기억 관련 논문의 예시를 끌어와 내 논리를 뒷받침 하는 등의 그런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에디팅이 저번보다 훨씬 많이 들어온다 (엄청나게 많다는 의미^.^).
안그래도 교수님과 미팅하면서, 원래 이렇게 에디팅이 많은게 정상인건지, 내가 라이팅이 약간 부족한건지 여쭤봤었다 (😂). 교수님께서는 절대로 내 라이팅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고, 문제가 있었으면 미리 말해주었을거라며, 에디팅은 계속 많은 게 정상이라고 하셨다. 본인 페이퍼를 작성할 때에도 첫번째 드래프트랑 마지막 드래프트는 완전히 다른 페이퍼라고, 내가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고 해주셨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 천사 지도교수님의 위안을 받으며 에디팅의 늪에 빠져있다.
현재 교수님과 페이퍼 작업을 할 때에, "방법론 및 결과 작업 > 교수님 에디팅 > 에디팅 들어온 것 모두 수정 및 서론 작업 > 교수님 에디팅 > 에디팅 들어온 것 모두 수정 및 디스커션작업 > 에디팅" 식으로 진행중인데, 교수님께서 방법론만, 서론만, 이렇게 에디팅을 하는 게 아니라 전체 페이퍼에 대해서 하기 때문에 어쨌든 전체 페이퍼에서 수정작업은 계속 진행된다. 또 나 역시도 에디팅 들어온 것만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표현이 있거나 논리 전개가 마음에 안들거나 예시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문장이나 문단을 뜯어고치거나 하기 때문에... 그냥 계속 수정, 수정, 또 수정이다.
이 외에도 전공분야 특성상 라이팅하는 관습(?)같은 것도 나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지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cross-sectional 데이타이기 때문에 "아동의 발달"을 알아본다고 쓸 수 없고, "연령 간 차이"를 알아본다고 써야한다는 점, 심리학에서 relation/relationship을 쓸때 인간관계에서의 관계 및 변인 간 관계에서의 관계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아닌 관계를 지칭할때는 relation으로 써야한다는 점, 논문 작성 시 아동(children)을 학생(student)으로 지칭하지 않고, 학생으로 지칭하는 경우는 학교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일 경우라는 점 등등이 있다.
글쓰기에서 미국과 한국의 문화차이도 은근히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맥락 문화이고, 미국은 저맥락 문화라고 어디서 들었다. 고맥락 문화는 쉽게 설명하면 어떤 말을 했을 때 의미가 함축적이고 우회적이어서 직접적으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명시적으로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명확히 설명해주어야 하는 문화이다. 우리 과의 다른 한국 박사생이랑도 공감하면서 이야기한 게 미국애들은 가끔 말을 이해를 못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줘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글쓰기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이론이 A를 제시 했음. 그런데 우리 연구 참여자의 연령대에서는 A가 발견되지 않았음. 그래서 A가 더 늦게 발달하는 것일 수 있음" 이런식으로 문단을 썼을 때 나는 당연히 내가 쓴 글에서 그 이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같이 표현했다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그래서 A가 더 늦게 발달하는 것일 수 있고 또 다른 대안 설명도 있는거냐며 물어보는 코멘트를 달아놓으셨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저널에 개제하기 위해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 이런 저런 이유로 수많은 에디팅이 달리고, 무한 수정작업이 진행된다. 수업 파이널 페이퍼나, 석사 졸업 논문의 경우 이정도로 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비교하자면....석사 논문은 첫번째 드래프트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힘들다^^................. 퍼블리쉬되는 그날 겪을 희열을 생각하며 오늘도 존버하는 걸로^^ 누가 대학원생의 삶은 존버하는 삶이라고 그랬는데 너무나 맞는 말이라 생각하며... 일단 자고 내일 다시 논문 작업을 진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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