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심리 연구, 심리 검사, 심리 관련 설문에 약간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느낌이다. 사이비들이 항상 심리검사라면서 사기치고 다녀서 그런걸까...(도움은 커녕 피해만 주는 사회악)... 하... 설문 참여자를 구하는 건 실험 연구보다는 쉬울 줄 알았는데 더 모집이 되지 않는다.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연구의 목적은 좀 더 어떤 현황에 대해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다. 지금 내가 메인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 "아동의 분수 이해"에 대한 연구도, 궁극적으로는 아동이 좀 더 분수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기 위함이 목적이다. 즉, 중재연구를 하기 위해서 일단 미리 아동이 어떻게 분수를 이해하고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 선행되는 것이다. 현재 이 중재연구를 위해서 프로젝트도 설계중에 있다.
이번에 설문을 바탕으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주 연구 테마는 아니지만, 미국 내 아시아계 학생들의 고충을 좀 더 알아보고 처우를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계획된 프로젝트이다. 아시아계 유학생으로써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많았고, 인종차별을 겪은 적도 있고, 마이크로어그레션도 당연히^^ 겪었고 해서 이러한 심리적 힘듦이 어떻게 아시아계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관련이 있을까 알아보기 위한 연구이다. 이전에 아시아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고충보다는 "어떻게 이렇게 마이너리티가 성취률이 높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연구가 많다. 하지만, 분명히 아시아계 학생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본인의 인종으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미주 한인 사이트에 이 연구에 대한 설문 참여 모집을 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당했고, 또 글을 올리면 그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수도 있다는 식의 답이 왔다. "여친 구해요~" 식의 글은 커뮤니티에 그대로 떡하니 올라와 있는데 미국 내 아시아계 학생들의 인권을 높이고 싶어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겪는 인종 관련 경험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 요구하고 싶어 시작한 연구에 대해서는 게시를 할 수 없다는게 속상했다. 나는 메인프로젝트만 해도 솔직히 상관없고... 내 메인프로젝트랑 크게 관련도 없는데, 순전히 아시아계 학생으로써 아시아계 학생들이 겪는 이슈에 관해 목소리 내고 싶어서 시작한 거였다. 설문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윤리위원회 승인까지 모두 받았고, 불법적인 것도 아니고, 위해를 가하지도 않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추첨해서 50불 기프티콘을 주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을 위해 설계한건데 여친구해요보다 못한 글 취급을 받으니 그냥 속상하다.
연구자로써 연구 참여나 설문 참여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더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혹시나 사이비인지 긴가민가 하면, 어느 학교인지 그리고 IRB 승인은 받았는지 그 IRB에 대한 고유번호가 있으니 이에 관련해서 물어보면 되고, 또 그 고유번호를 기반으로 해당 학교 윤리위원회에 문의하면 그 연구가 승인된 연구인지 아닌지 확인해줄 수 있다. 예전에 나도 한국에서 카페에서 혼자 공부할 때, 어떤 비실비실한 남자가 오더니 자기 학교 숙젠데 심리검사를 해주어도 되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다. 이런건 정말 100% 사이비다... 그때 나는 내가 심리학관데 이미 검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그 검사를 받아도 되겠냐 물었었는데 그 비실남이 그말을 듣고 꽁지빠지게 도망을 갔었다. 사이비들 다 XXXX으면 좋겠음^^.... 그리고 심리 "검사"는 자격증 있고, 수련을 어느정도 한 사람들이 하는거다. 심리학과 박사과정인 나도 심리 "검사"는 안함 치료, 임상쪽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들은 게 있어서 덧붙이자면 심리 상담 해주는 분들 중 일부는 딱히 qualified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경력은 어느정도인지 자격증 등등 잘 알아보고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튼, 연구 참여에 대한 시선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제발... 정부 정책이나 학교 커리큘럼 등도 세상에 나와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가 있으면 참여하면 약간 거창해도 "세상을 좀 더 낫게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의 분수 이해와 관련한 연구가 거의 백인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교과과정을 짠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최적의 교과과정이 나오리라 생각하기 어렵다. 문화적인 차이나 언어적 차이 등 백인 아동과 우리나라 아동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는 추후에 우리나라 아동에 적합한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연구에 대한 참여는 이후에 사회의 어떤 문제를 결정하는 데 증거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냥... 속상해서 넋두리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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