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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미국 박사 유학 이야기

리젝을 대하는 태도😇

by PhD_Ming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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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이제 저널에 서브밋하면 리젝 혹은 리비젼이 온다. 물론 억셉트도 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고 보통 저널에 출판된 대부분의 논문들은 리비젼 후 억셉트가 일반적이다. 내가 첫번째로 제출했던 논문은 거의 일년이 걸려 대답이 왔는데 리비젼이 요 근래에 왔다. 축하해야할 일이 맞는데 또 일이 생겼구나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두번째로 제출했던 논문은 리젝을 먹었다. 우리 과 교수님들이 그렇게 칭찬을 해준 논문인데 리젝이라니^_^! 방어라기 보다도, 리젝이라는 결과가 왜 나왔는지 우리 학교 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이유가 있다. 내가 너무 선행 연구를 신랄하게 깠음이 큰 부분 차지한다. 많이들 알겠지만 박사들은 정말 세부적인 부분을 연구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심리학 중에서도 발달 심리,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인지발달, 더 나아가서 수학 인지 발달, 그리고 더더더 나아가서 유리수 인지 발달. 그리고 그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즉 이 분야를 연구하는 그 한정적인 분들을(선행연구들을) 열심히 깠는데, 막상 저널에 제출하고 보니 리뷰해달라는 요청이 그 분들에게 갔다. 일생을 그 연구를 했는데, 까이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리뷰에서 기분이 나쁨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그 사람들의 주장이 맞기도 하다. 여태까지 많은 연구들이 그렇게 되어왔는데, 내가 한 하나의 연구를 가지고 그 모든 선행 연구들을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리뷰를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면서 정말 마음의 스크래치가 깊게 박히는 느낌이었다. 일년을 열심히 작업한 내 작업물을 비판을 하니까... 페이지수로 따지면 몇 페이지 안되는 그 글을 일주일이 넘게 걸려서 읽은 것같다. 쓱 훑고 쉬고, 읽다가 쉬다가 이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또 그 리뷰들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져서, 아빠한테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말이 안되지 않냐 억울함을 토로했던것같다 (전공은 다르지만 그래도 박사라서 그 프로세스는 알고있다). 아빠는 들으면서 말안된다고 내 말이 맞다고 걔네 리뷰를 왜 그렇게 하냐고 비판은 받아들여야지 하면서 그랬는데.... 내가 딸이니까 내 편을 들었겠지 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땐 그런 객관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내 편이 필요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페이퍼를 썩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디팅을 시작했어야 했고 교수님이 넉넉한 시간을 주었지만 나는 교수님이 정해준 그 듀데잇이 다가오는 막판에서야 겨우 시작한것같다.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리젝이라니 생각도 들고... 또 나의 첫 논문 리젝이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비판을 듣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분야를 오래동안 공부한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도움되는 내용들이 많았고 그 내용들은 이후 내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그랜트 라이팅에 또 여러 도움이 되었다. 리젝이었기에 리비젼의 경우처럼 그들의 비판을 모두 incorporate 해서 논문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다른 저널에 내는 것이기에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정을 했다. 먼저 나의 선행연구에 대한 비판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약간 말을 유하게 바꿨다. 선행 연구가 모지라서 내가 이걸 했다 식이 아니라, 선행연구 훌륭한데 추가적으로 내가 이걸 더 발견했다 식으로. 아카데미아에서도 이런 정치적인 스킬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목요일에 교수님과 함께 저널에 제출할 예정인데, 그 전에 리젝을 받은 저널보다 임팩트 팩터가 더 높은 곳이다. 종종 더 높은 곳에 내도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그랬다. 나도 이번에는 정말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란다.

제목과 약간 내용이 핀트가 어긋난 느낌인데, 다시 제목 "리젝을 대하는 태도"로 돌아가자면...

  • 한번에 모든 리뷰를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마음의 상처가 든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가자
  • 리뷰가 나의 작업을 비판하더라도, 이를 내 작업물의 발달의 계기로 삼자 + 배움의 계기로 삼자
  • 리젝은 아카데미아에서 흔하다. 논문 퍼블리쉬를 많이 한 연구자들을 보면 리젝 당한 논문 수도 높다 

요정도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힘들게 논문 쓰는 모든 연구자분들에게 화이팅을 남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리뷰가 세명한테서 왔는데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3명의 리뷰어가 심사한다), 두명은 날카로웠고, 또 한명은 뭔가 따숩게 나를 인도하는(?) 느낌이었다. 리뷰가 도움되는 점이 되게 많았다. 그래서 그분의 리뷰를 더 많이 반영한 그런 느낌도 있다. 이후에 내가 논문을 리뷰를 한다면 좀 더 유하게 적어주자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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