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담을 올리고 있다. 방학때 푹 쉬다가 갑자기 빠르게 돌아가는 학기에 적응을 하느라 약간 허덕였다. 그래도 3년차 2학기를 맞이한 느낌은 "훨씬 더 여유롭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이제 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것같기도 하고, 좀 더 자신감도 붙은 것같고, 티에이도 학생들 앞에 서서 무얼 이끈 다는 게 부담스럽던 느낌이 사라졌다.
미국에서 박사를 한다는 것의 최대 장점은, 내가 주변에도 몇 번 말한 적 있었는 데, 단기간에 내가 성장하는 것을 명확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티에이를 하며, 프로젝트 팀을 이끌며, 수업을 들으며 겪는 "빡셈" 덕에, 이런 경험에 필요한 많은 지식 및 스킬들이 단기간 내에 끌어올려진다. 학문적인 측면 외에도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한 학기에 최소 두 번은 울고 간 듯; 이번은 예외! 원래 초반에 울어줘야하는데 아직 한 번도 안 울었다.)
아직까지 나는 내가 한 수업을, 한 프로젝트를 홀로 이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없다고 얼마전까지 생각했다. 잠이 들기 전에 여러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나의 티에이 섹션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똑같은 내용을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을 때를 상상해보았다. 근데, 너무 신기했던 게, 막상 한국 학생들 대상이라고 생각하니까 facilitating question도 무얼 말해야할지 생각도 잘나고, 어떤 내용을 말할지도 줄줄이 나오는 것이었다. 물론 한번 해보았던 섹션이니 그 이후에 한 나의 '상상 섹션'에서 더 잘하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그 두번째에 하는 섹션에서 나오는 유려함을 넘어섰다. 다음부터는 섹션을 준비해갈 때 한국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가야겠다 생각했다. 아직까지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 무의식적인 압박을 느끼는 것같다. 결론은 조금만 더 지나면 어느정도 홀로 서기에도 자신감이 붙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
그리고 여러 소식들!
- 저번에 리젝을 받은 논문을 그 리뷰에 따라 열심히 수정 후 다른 저널에 내었다. 그 결과 수정 후 개제 🎉!!! (수정하라는 데 왜이렇게 좋아하나 생각할 수 있는 논 아카데미아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저널에 출판을 하려는 경우 바로 억셉트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관점이 존재하고, 또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잘못 이해될 여지가 있게 쓴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수정을 요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한 개인이 무결한 페이퍼를 한번에 써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고로 거의 대부분의 논문은 수정 후 개제를 받게 되는 데, 좀 더 출판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현란한 비판을 겪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리뷰에서 사랑과 격려가 느껴졌다. 어떤 리뷰어는 "똑똑한 연구를 가장 잘 설명해놓았음(a mostly well-written description of a clever study)"이라고 써놓았다. 아직 출판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기뻐하긴 이르지만, 그래도 쿠크다스마냥 와장창 깨졌던 마음이 좀 추스러진 느낌이다. 그리고 지도교수님 말로는 자기도 이만큼 호의적인 리뷰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격려차원인건지 진짠지는 알 수 없음), 수정할 거 많이 없으니 얼른 내자고 하셨다. 아마 다다음주 즈음에는 수정을 완료해 다시 보낼 수 있을 것같다.
- 제일 처음 저널에 제출한 논문이 따로 있었는데, 거의 1년에 걸쳐 드디어 결과가 도착했다. 얘도 수정 후 개제🎊!!! 통계방식을 구조방정식으로 바꾸라는 리뷰어의 말에 따라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4월까지 수정해 보내야하는데 위 논문을 얼른 해결한 뒤 손 볼 생각이다. 항상 해야하는 것들은 한번에 오는 것같다. 얘만 리뷰가 좀 빨리 왔으면 덜 빡빡했을텐데말이다.
- CDS 컨퍼런스에 구두 발표를 지원했는데 떨어지고 포스터 발표 오퍼만 왔다. 포스터도 좋지....응....좋아.... 약간 양가감정이 있다. 아직 학회 발표는 부담스럽고 이른 것같으면서도, 떨어지니까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올 해 여름에만큼은 Dissertation Proposal을 완료해 여름이 끝나기 전 혹은 4년차 1학기가 시작하고 바로 프로포절 디펜스를 하고싶다. 전에는 졸업하고 나의 지도 교수님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게 무섭고 그랬는데... 아빠의 조언은 어차피 포닥을 가면 내가 책임자도 아니고, 돈도 더 많이 주고, 더 다양한 환경에서의 연구 경험도 더 쌓을 수 있는데, 졸업은 빨리 하는 게 좋지 않나였다. 생각해보면, 아주 맞는 말씀이다. 졸업을 빨리는 모르겠지만 제때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돈을 더 받으면서 생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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