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해외로 유학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왜?
개강전 심심해서 적는 나의 유학 다짐 이야기
석사조차 그렇게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 나름 좋다는 대학교에 입학하였지만, 내 대학생활은 방황, 방황, 또 방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졸업이 다가오자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형편없는 학점에 대외활동도 전무한 나를 어떤 기업이 받아줄까?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확 꺾이는 기분이었다.
그럭저럭 토익스피킹 점수를 만들고 하는 중에 대학원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엄마의 권유를 단번에 받아들였다.
석사 과정을 어느 교수님에게로 갈 지 여러 선택권이 있었다.
그 땐 "연구"라는 카테고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상담치료"만을 생각하던 때였다.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내 후배가 성인 상담은 젊었을 때부터 하기 힘들다고 아동 상담을 생각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진로는 아동 쪽으로 결정이 되었다.
아동 쪽 교수님들 중 수업 한번 들었던 때 너무 쿨하고 좋았던 교수님에게 컨택메일을 보냈고,
그렇게 내 진로는 발달심리로 결정되었다.
석사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석사 생활은 학부 생활과 다르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었다.)
일단 나는 치료엔 적합한 사람이 아니구나를 느꼈고, 연구하는 과정이 고되긴 해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연구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구를 계속 하겠다고 결심하면 박사 진학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된다. 미국을 갈지, 한국에 남을 것인지?
내가 고려했던 점들을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1. 교수님
- 내가 원하는 연구 분야를 충분히 지도해줄 수 있는가? 교수님 논문을 살펴보면 내 관심 분야와 일치하는지 바로 답이 나온다. "발달 심리"라는 분야 내에도 수많은 분야가 있다. 의미지식/수학인지/이중언어/마음이론/부모자녀관계 등 수많은 분야가 존재하고, 모든 교수님은 각자 주요 연구 분야를 가지고 있다. 이왕이면 내 관심사와 유사한 연구를 하는 분에게 지도를 받는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수님이 쓴 논문의 저널도 참고하면 좋다! 각 전공마다 탑저널이 존재하고, 교수님이 그런 저널에 개제한 논문이 많다면 (교수님 논문 퀄리티가 높다는 것이며, 날 지도해줄 때도 높은 기준이 적용되므로) 나에게 이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 같은 이유로 최근 출판된 논문의 수를 살펴보는 것도 너무나 중요 (교수님이 계속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하는지 알 수 있다)!
- 교수님의 지도 스타일은 어떤가? 교수님마다 아주 다양한 지도 방식이 있다. 아주 harsh한 분도 있고, 연구보다는 사회생활에 집중해 방임하는 분도 있고, 천사소리 듣는 교수님도 있다 (일단 한국 기준 천사 케이스는 아주 드문 듯!). 나는 다른 석사 동기, 선후배들 보다는 우리 교수님과 잘 맞았던 듯하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아래는 교수 유형에 대한 유명한 짤이다.
2. 학교 커리큘럼
- 깊고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는지? 심리학은 대개 다른 사회과학 분야 전공이 그러하듯 통계수업을 듣게 된다. 난 석사과정 중 3개의 통계 수업을 들었다. 과목 이름도 다 다르고 교수님도 다 달랐지만 배우는 내용은 모두 같았다. 이 수업들 모두 석사와 박사가 모두 같이 듣기 때문에, 박사를 한다해도 내가 새로운 통계방법론을 수업에서 배울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즉, 여기서 박사를 다닌다면 통계 = 독학의 공식이 성립했다. 비싼 학비를 받아놓고도 다양한 강의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학교를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강의 퀄리티는? 선배들은 한 외부강사의 강의를 "아침마당"이라고 불렀다. 이 분은 수업 중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마당"이란 말은 연구에 도움되는 토론이 아닌 각자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하는 토론이 아침마당에 나오는 비전공자 패널들이 토론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는 데서 나오는 말이었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 선배들
-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선배들은 내 진로선택에 있어서 크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적어본다면) 이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된다면 현 박사생들과 좋든 싫든 교류하게 될 것이다. 내 랩의 한 박사생이 자주 했던 말은 "치료도 나쁘지 않아, 전망이 좋아", "큰 발달 과업 중 하나가 결혼이야. 빨리 애기를 낳고싶어" 등 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고, 자신만의 삶의 과업을 설정해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결혼도 그 선택사항 중 하나이다. 결혼이 모든 사람의 인생에 필수이며, 결혼을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며 미혼자를 폄하하는 이 사람의 발언은 너무 거북했다. 특히 나는 결혼은 한참 후의 일이라 생각했고, 연구 커리어에 집중하고 싶었기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 그들의 박사 생활은 어떠한지? 함께 예심을 본 박사 한 분을 보며 여긴 정말 아니다 생각했다. 매주 랩미팅을 준비한 석사생인 나에 반해, 2주는 기본이고 한달을 못 봤던 적도 있다. 해외여행 운운하는 그분을 보며 여긴 아닌 것 같다는 다짐을 굳혔던 것 같다. 다른 한 분은 교수님에게 결혼해야하니 졸업해야한다고 통보하여, 심사자도 우리 연구실 출신 교수님들로 꾸려 상대적으로 쉽게 졸업했다고 한다. 이렇게 쉽게 따는 박사 졸업장은 가지고 싶지 않다.
4. 미래 커리어
- 미국과 한국의 연구 퀄리티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한국에 엄청 유명한 교수님이 있는 전공도 있다고 들었다. 특히 이공대쪽에...? 우리 전공은 아니었다. 우리 교수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 중에 '한국논문 보지 마라'가 있었다. 어디서 지나가다 들은 얘기지만, 심리학은 미국보다 10년 뒤쳐져 있다고 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학자가 되고 싶지, 이미 누군가 이루어 놓은 것을 다른 장소에서 주워담는 학자가 되고싶진 않았다.
- 일반적인 이야기 국내 박사, 국외 박사 논쟁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진골과 성골이라는 둥, 교수를 하려면 외국에서 학위를 받아야 된다는 둥. 이런 이야기가 무의식적으로 나한테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박사를 해도 충분히 훌륭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믿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 전공 분야, 아니면 적어도 우리 연구실을 졸업한 박사생들은 아니었다.
이정도 생각하고 미국에 가야지 결정했던 것 같다. 해외 생활의 외로움, 언어적 장벽 등은 생각을 안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나보다. 그냥 단순하게
- 나는 연구를 할 것이고,
- 여기 한국에선 하고싶지 않았고,
- 더 뛰어난 학자가 되기 위해선 유학을 가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유학을 준비했던 것 같다.
미국에 와서 막상 언어장벽에 맞닥드린 지금, 8.26 개강이 너무 두렵긴 하다. 그치만 아직 후회하진 않는다!
이 글을 본다면 미국 유학에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님 말구..) 그래서 더 추가하자면,
자신의 한계를 자신이 설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학 소식을 전하며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대단하다", "멋지다"였는데... 나는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자가 많다. 누구도 도전할 수 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레 나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꿈을 접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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