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의 애착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연애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본 포스팅은 Berk (2018)의 Exploring Lifespan Development (4th ed.)의 일부 내용을 담고있습니다.
보울비의 애착 이론
보울비의 애착이론은 하도 유명해서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들 알고 있다.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이 이론은 우리 인간들은 생존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 즉, 아주 어린 아기들은 자신의 생존을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을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데, 그 예로 반사행동을 들 수 있다. 빨기 반사는 입에 닿인 물체들을 자동적으로 빠는 행동을 말하고, 이는 어머니의 젖을 먹을 때 유용하다. 잡기 반사는 아기들의 손에 물체를 가져다 대면 자동적으로 이 물건을 잡는데 이를 잡기 반사라 한다 (아래 그림 행동). 이러한 아기들의 잡기 반사 및 미소짓기 등의 행동은 부모와의 유대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애착의 형성
애착은 다음과 같이 네 단계를 통해 형성된다.
전애착 단계 (~ 6주): 태어나서부터 6주 동안의 시기를 전애착 단계라고 한다. 이 시기동안은 위에 언급했던 잡기, 미소짓기, 부모와의 눈마주치기 등 태어나면서 가지고 태어난 행동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 특히 주양육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게되는 단계이다. 주 양육자는 아기가 울면 토닥이고, 젖을 먹이는 등 아기들에게 안정을 주려 노력한다.
애착 형성 단계(6주 ~ 6-8개월): 애착 형성 단계 동안 아기는 점점 낯선 사람과 주양육자를 구분하고, 낯선 사람을 대할때와 주양육자를 대할 때 명확히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면, 4개월 아기가 주양육자와 있을 때 더 많이 미소짓고 옹알이를 하거나 울 때에도 주 양육자가 다독일 때 더 빨리 울음을 그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이때 아기는 점점 자신의 행동이 주양육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예: 울면 엄마가 밥을 준다) 을 배우게 되며, 점점 자신이 어떤 시그널을 주면 주양육자가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양육자와의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이 시기 동안에는 주양육자와 떨어지더라도 울거나 하지 않는다.
애착 단계(6-8개월~2년): 주양육자와 떨어지면 울거나 화를 내는 등의 분리불안을 보이게 되는 시기이다. 분리 불안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상황이나 아동의 기질에 따라 나타날 때도 있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문화권에서 이 분리불안이 6~15개월 사이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아기는 주양육자와 더 가까이 있으려 하고 안기려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시기이다. 또한, 아기는 이 때 주양육자를 안전기반으로 인식하여 주변환경을 탐색하게 되는데, 즉, 양육자라는 나를 보호하는 사람이 있음으로 안전하게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장난감, 환경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탐색하는 행동을 증가시키게 된다.
상호관계 형성단계 (18-24개월 ~): 이 시기 동안의 아동은 표상 및 언어가 빠르게 발달하여, 부모가 언제 오고 언제 분리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 동안 분리 저항 행동이 감소하고, 분리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부모에게 요청하는 등의 행동 전략을 보이는데, 베이비시터와 남겨지기 전에 책을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행동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내적 작동 모델
내적 작동 모델 (internal working model): 보울비에 따르면 이러한 네 단계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은 주양육자와 영원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애착관계는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어렸을 때의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미래 친구, 연애 관계 등의 많은 인간 관계의 기본 가이드로써 작동하는 것이다. 이를 내적 작동 모델이라고 하며, 주의할 점은 이러한 내적 작동모델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하면서, 그리고 친구들, 형제들 등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확장된다.
애착 안정성 측정 및 애착 유형
Mary Ainsworth의 낯선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낯선상황실험은 1-2세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주양육자와의 짧은 분리 및 재결합 등을 통해 애착의 질을 측정하하는 절차로, 애착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된 절차이다. 분리 및 재결합 때의 아기들의 반응에 따라 안정애착 및 세가지 불안정 애착으로 구분하게 된다.
안정애착(secure attachment): 안정애착을 형성한 아기들은 부모를 안전 기반으로 사용한다. 부모와 분리되면 이들은 울기도 하고 울지 않기도 하지만, 우는 경우는 부모가 부재하기 때문이며, 아기들은 낯선 사람보다 부모를 선호한다. 부모가 다시 돌아왔을 때 (재결합), 아기들은 분명한 행복감을 보이고, 안정되기 전에 부모의 토닥임을 받으려 하기도 한다. 또 부모가 돌아왔을 때 우는 행동이 즉각적으로 감소한다. 미국의 60%는 이러한 안정애착 패턴을 보인다.
불안정 회피 애착(insecure-avoidant attachment): 회피 애착을 형성한 아기들은 부모와 있을 때 부모에게 별로 반응하지 않으며, 부모와 떨어지는 경우에도 스트레스 반응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애착의 아기들은 낯선이를 대하는 반응이 부모를 대하는 반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부모가 다시 돌아온 경우에도 부모를 회피하거나 부모를 다시 반기는 데 느리다. 15%의 미국 아동이 이러한 패턴에 해당한다.
불안정 저항 애착(insecure-resistant attachment): 분리 전, 이 아기들은 부모와 가까이 있기를 추구하며, 주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부모가 떠나면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부모가 다시 돌아온 경우 부모에게 매달리면서도 화내거나 저항하는 행동을 동시에 보인다. 부모가 다독여도 쉽게 안정이 되지 않으며 미국 아동 중 10%가 이러한 패턴을 보인다.
불안정 혼란 애착(disorganized/disoriented attachment): 이 패턴은 가장 큰 불안정성을 보이며, 부모와 분리 후 재결합 했을 때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행동을 보인다. 예를 들면 부모가 이들을 안고 있을 때 다른 곳을 쳐다본다던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면서 부모에게 접근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미국 아동 중 15%가 이 애착에 해당한다.
아동기 애착 패턴과 성인기 연애 관계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의 애착 유형에 따라 성인기의 연애 관계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혔다. 호주, 이스라엘, 미국에서 실행된 한 연구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초기 부모와의 유대, 친밀한 인간 관계에 대한 태도 및 실제 그들의 연애 관계에 관해 물어보고 이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커플 간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이 때 성인의 아동기 애착 유형에 대한 기억 및 해석이 현재 그들의 인간 관계에 대해 잘 나타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 애착 자신의 아동기 애착을 안정적이라 회상한 성인들은 그들의 내적 작동 모델 역시 이 안정성을 보였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고 보았고, 친밀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거의 없었다. 이들은 연애 관계를 신뢰, 행복감, 우정이라고 특징지엇고, 자신의 파트너에 대하 공감과 지지를 보이며 건설적인 갈등 해결 전략을 보였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파트너에게 안정감과 도움을 얻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회피 애착 자신의 아동기를 회피 애착 유형으로 회상한 성인들은 독립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 불신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너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불안을 보였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며, 애정 관계는 쉽게 찾기 힘들며 이러한 애정 관계가 오래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애정 관계에서 질투심, 정서적 거리감, 파트너의 고통에 대한 지지 부족, 신체적 접촉에 대한 기쁨 전무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며, 관계에 대한 비현실적인 믿음을 보였는데 그 예로, 파트너는 변할 수 없다, 여성과 남성이 필요로 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 등의 믿음을 보였다.
저항 애착 자신의 아동기를 저항 애착 유형으로 회상한 성인들은 타인과 완전히 합쳐지기를 추구하는 (집착하는) 내적 작동 모델을 보였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의 강렬한 친밀감에 대한 열망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을 보였다. 이들의 애정 관계는 질투심, 심한 감정적 기복, 그리고 파트너가 애정을 더이상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 등으로 특징지어졌다. 이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지지를 보내지만, 파트너가 필요한 것에 따른 지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 특정 연구 외에도 여러 종단 연구에서 아동기에 측정된 부모 자녀 간 상호작용의 질이 이후 성인기에서의 내적 작동 모델과 애정 관계의 질을 잘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동기의 애착 유형이 완전히 고정적으로 성인기의 애정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며, 현재의 파트너 역시 개인의 내적 작동 모델과 친밀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불안정한 내적 작동모델을 가진 개인들도 파트너와 안정적 관계를 형성하면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고, 관계에 대한 갈등 및 불안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정적인 부모 자녀 관계의 경험이 성인기의 친밀한 관계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내적 작동 모델은 지속적으로 수정되며, 아동기에 행복하지 않은 사랑을 겪은 성인들 역시 친밀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 만족스러운 애정 관계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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