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의미 기억 통합: 새로운 지식의 생성
인지 발달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고, 조직화하고, 지속적으로 보유하는지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이러한 정보를 분류하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연결시켜 학습하게 된다. 그 중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은 새로 습득한 정보를 저장하고, 기존의 정보를 떠올리는 데 (기억인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미기억은 더 나아가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기도 하는데, 이를 의미 통합(semantic integration)이라고 한다. 즉 의미 통합이란, 두 개의 분리되었지만 관련 있는 정보를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조직화하며, 이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능력은 영아기부터 나타난다. 1세 동안 영아는 물건의 속성에 대한 정보를 기억함을 보여주었으며 또 하나의 예로 지연된 모방(영아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을 보이는데,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나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모방 행동을 보이는 것을 지연된 모방이라 함)이 있다. 2세가 되었을 때 영아는 동물이나 자동차의 분류학적 범주에 대한 의미 지식 및 시공간 맥락에 따른 범주 (예: 부엌 물건, 화장실 물건)를 조직화할 수 있다. 영아는 또한 자신이 기존에 아는 것에 새로운 상황을 일반화하여 의미 있는 연결성을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영아들은 부모의 차가 열쇠를 통해 열린다는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차에도 이러한 지식을 적용해 열쇠를 통해 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귀납, 연역, 유추 등의 논리적 절차를 통해 기존의 지식을 유연하고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이 능력은 전학령기 동안 계속되며, 지식 기반의 설립에 근본적인 능력으로 작동한다.
전학령기 역시 또다른 지식 확장의 중요한 수단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분리된 경험을 통합하여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많은 학습 맥락에서 나타나며, 특히 며칠, 몇 주 동안 지속되는 학습 커리큘럼의 상황에서 잘 나타난다. 아동은 커리큘럼 내 각각의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 저장해야하며, 더 나아가 따로 배운 내용을 서로 연결짓고 통합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첫번째 수업에서 아동은 "돌고래는 클릭거리고 끽끽 거리는 소리를 통해 이야기한다 (사실1)"는 사실을 배웠고, 또 다른 수업에서 "돌고래들은 pods라고 불리는 집단에서 살아간다 (사실2)"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하자. "pods 들은 어떻게 말할까?" 라는 질문에 "클릭거리고 끽끽 거리며 말한다"라고 대답한다면, 따로 배운 지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이 예시를 포함한 여러 지식 통합의 질문을 사용해 아동의 지식 통합 능력을 알아본 결과 4세 아동은 13% 정도의 문제에서 새로운 지식을 직접 생성할 수 있었으며, 아예 통합된 지식을 보여주고 맞는지 틀렸는지를 결정하라고 했을 때에는 62% 정도의 문제에서 옳은 답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6세 아동은 67%의 문제에서 새로운 지식을 직접적으로 생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동이 배운 지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성한다고 했을 때, 이 새로운 지식을 계속 기억할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6세 아동이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지식을 계속 기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통합되어야 할 정보 간 시간차이가 있을 경우 새로운 지식의 생성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하면, 사실1을 배운 후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사실2를 배우게 된다면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경우가 1/3로 감소하였다. 즉, 통합해 기억해야할 정보를 아동에게 가르친다면 정보를 아동에게 주는 시간 간격을 짧게 하는 것이 더 도움됨을 시사한다.
의미 기억의 통합은 여러 맥락에서 연구되었는데, 또 한 연구에서는 표면적 유사성이 의미 통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였다. 즉, 바이링구얼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한 집단은 사실1과 사실2를 영어로 제시하여 의미를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지 살펴보았으며, 또 다른 집단은 사실1은 영어로, 사실2는 스페인어로 제시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두 가지 사실이 모두 영어로 제시된 경우 아동이 의미를 더 잘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성함을 보여주었다. 즉 언어 차이라는 표면적인 특징이 아동의 의미 결합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의미 결합에 대한 재밌는 연구가 많은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작성하도록 하겠다.
~~~~~~~~~~~~~~~~~~~~~~~~~~~~~~~~~~~~~
본 포스팅은 다음 논문을 참고하여 작성함.
Esposito, A. G., & Bauer, P. J. (2019). Self-derivation through memory integration under low surface similarity conditions: The case of multiple languages.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87, 104661.
Varga, N. L., & Bauer, P. J. (2013). Effects of delays on 6-year-old children’s self-generation and retention of knowledge through integr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15(2), 326-341.
'Study > 발달심리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동이 수 크기가 같음을 이해하는 데 겉모습이 영향을 줄까? (0) | 2021.01.18 |
---|---|
수학인지 및 발달 이론: 자연수 표상 및 분수 이해 (0) | 2021.01.16 |
미디어(티비, 동영상 등)로부터 학습하기? 비디오 결함 효과 (0) | 2021.01.06 |
아동기의 애착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연애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2) | 2020.12.28 |
아동의 분수 이해 발달 향상시키기 (2) | 2020.12.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