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름 🇰🇷 방문 (2) 서울튀튀

자가격리가 끝난 다음날 바로 서울로 튀었다. 새벽부터 서울행 버스를 탔다. 집이 견딜 수 없어서 새벽 동틀때 서울로 탈출한건 아니고... 교수님께 언제 뵙는게 좋겠냐 했는데 이날 점심에 보자고 하셨다. 내가 약간 시간 계산을 안 넣고 그냥 가능한 날짜만 넣었더니.... 막상 서울까지 점심에 도착하려니 새벽부터 출발했어야 했다.
교수님을 뵙는 자리는 항상 어렵다. 전날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설레서 그러는건 아니고... 그냥 어려운 자리니까... 난 교수님께 애증과같은 마음이 있는 것같다. 근데 증이 그렇게 큰건 아니고.... 그 석사 기간이 힘들었어서... 그런데 또 많이 배웠고, 도움을 많이 주셨다. 말을 아끼겠다. 아무튼 긴장아닌 긴장을 하고 교수님 오피스로 올라갔는데 교수님께서는 복도에서 물통에 물을 받고계셨다.
근데 이게 웬걸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확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교수님!!!!!! ㅠㅠㅠㅠㅠㅠ" 하고 불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그 전에도 그렇게 교수님을 친구한테처럼 이렇게 소리지를 만큼 친근하게 대하지는 않았는데... 왜 갑자기 그랬을까. 정말 오랜만에 뵈어서 그런건지, 이상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교수님도 엄청 반갑게 나를 맞이해주셨는데 "애제자와의 상봉"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이제야 나와 말이 통한다며.... 미국에 가니까 알겠냐며... 말씀을 하시는데 뭔가 웃겼다. 교수님께서 뭔가 그 미국에 대한 향수 아닌 향수를 지니고 계시는건가 싶은 기분도 들었다. 영어가 힘들지 하면서 내가 영어 공부 열심히 하랬지 하고 말씀하시는데 애정이 묻어나는게 느껴졌다. 교수님과 미국 생활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았다. 당신께서 박사를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자세히 얘기해주셨는데, 그 전에는 한번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여서 흥미있게 들었던 것같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도 해주셨다. 또 남자친구는 있냐 물어보셨는데, 있다고 하니까 사진을 보자하셨다. 그리고 중국인 같다몈ㅋㅋㅋㅋㅋㅋ 웃겼음
한시간? 안되게 이야기를 하다가, 밥을 사주시겠다며 뭐 먹겠냐 하시는데... 뭘 대답해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음..미국에서 못먹는 국밥? 같은 소리를 하고있었는데, 교수님께서 그걸로 되겠냐며 여쭈시더니, 나는 자주 볼 수 있는 애가 아니니까 비싼거 사준신다며 게장집에 데리고 오셨다. (교수님... 제가 미국에서 게장을 정말 많이 먹고싶었거든요...제 맘을 어찌 아시구...❤️게장은 사랑입니다❤️) 삼청동까지 직접 운전을 하셔서 데리고 와주셨다. 감덩. 음식점 이름은 까먹었는데, 게장 정식이 정말 훌륭했다. 내가 눈치를 살짝 보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교수님께서 촌스럽다며 무슨 사진을 찍냐며 한소리 하셨다. 음.. 욕쟁이 할머니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후다닥 찍느라 사진 퀄리티가..ㅎ

실해❤️

게장은 사랑입니다 근데 지금 보니까 교수님 눈치보면서 또 찍을건 다 찍었네ㅋㅋ

또 웃겼던게 내가 좀 일찍 도착해서 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수님방으로 올라가면서 랩실에 가방을 놔뒀었다. 그래서 가방을 가지러 랩실로 가야한다니까 교수님께서 같이 가자며 함께 랩실로 향했는데, 학생들한테 얘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졸업한 니네 선배라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시는데 뭔가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 열심히 잘 하고 돌아와야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후배들 먹으라고 랩실에 과자를 좀 사주고, 이따 한솔 선배를 만나기 전에 할 게 없었지만, 낯을 가리는 나는 그렇게 학교를 나왔다. 오랜만에 오랫동안 다녔던 이 학교를 걸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마을 버스를 타고 처음에 후문에서 내렸는데 그때도 되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같다. 학부, 석사를 하면서 10년 가량을 다녔는데 (학부를 좀 오래 다님), 이전에는 없었던 낯선 느낌이 들었던 것같다. 그 느낌이 마냥 나쁘진 않았다. 나중에 혹시 이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기분 좋은 상상도 했던 것같다. 석사를 졸업할때 즈음 너무 오래다녀서 이제는 벗어나고싶다 기분이 강하게 들었었는데, 다시 오면 어떨까를 생각하다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인간은 적응을 위해서 좋은 기억을 더 많이 저장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지긋지긋한 마음은 사라지고 애틋한 그런 마음이 들었었나보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우리 학교는 정말 예쁜 것같다,

여담으로, 미국에서 중국인 룸메들이랑 살 때, 얘네들이 나한테 어떤 대학교를 나왔는지 물어봤었다. 성균관대학교라고 대답을 했더니 얘네들이 놀라면서 정말이냐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알고보니 성균관스캔들로 우리 학교가 상당히 유명했나보다. 뭔가 한류의 힘을 느꼈던 에피소드다. 또 뿌듯했음!

한국의 미 물씬

추억의 이공오도씨는 아직 영업중이었다. 한솔선배 퇴근을 기다리며 혜화를 한바퀴 돈 후 여기서 작업을 시작했다. 추억의 이공오도씨..롱런하는중

한솔선배와는 우리의 추억의 장소인 홍곱창에서 보기로 했다. 석사때 선배랑 홍곱창 콜? 하면서 자주 갔던 곳이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항상 여기서 술을 깠지만 선배는 한두잔만 하고 말았던 그곳ㅋㅋㅋ 오랜만에 먹는 곱창이라 또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선배라 또 좋았다. 선배는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있었다. 계속 오빠가~ 를 반복하던 한솔 선배의 말들.. 보기 좋다^_^ 그러고 이후에 시간이 좀 늦긴 했긴 했는데 오빠가 싫어한다며 일찍 들어가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나 2년만에 왔는데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고 또 보지 못했다..응 다음 기회에 또 보면 되지. 그 오빠와 좋은 소식이 들리면 좋겠다.

아무튼 여기는 선배랑 온 2차! 생각해보니까 선배가 그렇게 떠난게 내가 개꽐라여서 그랬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서울로 이동하고 교수님 본다고 긴장하고 술을 먹고 하니까 약간 알딸딸 ... 아무튼 여기는 인생의 단맛이다. 여기도 자주 왔는데 어느 순간 인테리어가 이상하게 바꼈다. 그 이후로 한번도 안갔었는데 또 오랜만에 혜화를 가니 가던 곳을 가게 되나보다.
욱이까지 불러서 놀고 랩실에서 또 더 놀았다. 음... 좀 진상이었던 것같다. 미안 선후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