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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미국 박사 유학 이야기

학부생과 일하기

by PhD_Ming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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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제일 크게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 중 하나는 학부생이 연구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 랩에도 내 연구를 함께 도와주는 학부생들이 있고, 졸업할땐 캡스톤이라고 연구관련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페스티벌에 게재한다.

학부생들은 대부분 착하고, 친절하고 내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고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날 너무 부글부글 끓게 하는 학생도 있다. 

저번학기에 함께 일했던 한 학부생이 그런 학생 중 하나다.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건 둘째치고,

마지막 그 학생의 졸업 포스터를 만들면서의 일이다. 

 

그 학생이 포스터를 만들었고,

지도교수님께서 그 학생 포스터를 내가 먼저 에디팅 해주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수정해야할 것들을 말해주었다. 

솔직히 어디서 근본없이 이것저것 수정해라 한 것도 아니었고, 

테이블 APA 양식으로 수정해라 등등이었고,

그 APA 양식도 어디서 참고할 수 있는지 링크까지 친절히 달아주었다. 

 

그 후 그 학생은 교수님한테 메일을 보내면서

내가 에디팅한거 수정했다며 포스터를 보냈는데, 

봤더니 내 에디팅 따라 수정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다 그대로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날 무시한걸까 수정 안한 파일을 보내는 실수를 한걸까 생각하다 말았었다.

 

어쨌든, 교수님께서는 본인 에디팅을 더해서 이 학생한테 보내면서,

내가 에디팅한거 반영이 안되어 있다며

추가로 수정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근데 또 얘는 교수님이 에디팅한거에 수정하지 않고,

다른 파일로 수정했는지

교수님 에디팅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냥 에디팅이 뒤죽박죽 되어있었다. 

 

그 이후.....

교수님은 나한테 개인적으로 따로 메일을 보내서, 

지금 얘 포스터로는 게재 못한다고 하고싶지만,

내가 계속 얘 멘토링 했고 이를 CV에 올릴 수 있는데,

게재 못한다 하면 CV에 못 올리는게 아깝다며,

나한테 얘 대신 포스터를 수정해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싫다고 하고싶었지만..

내 CV 한 줄 추가를 생각하며... 열심히 수정해주었다. 

그러고 교수님이 포맷 약간 더 수정해서 

완성본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학부생 캡스톤 포스터를 올리는 곳을 보니, 

얘가 그 완성본이 아닌 완전 뒤죽박죽이었던 그 초기 버전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는 느꼈다. 

애초에 수정 안한 파일을 실수로 올린게 아니라,

그냥 내 에디팅이 꼴보기 싫었나보다를 느꼈다. 

 

얘 졸업해서 더이상 안봐도 되어서 너무 좋은데

오늘 저 엉망진창인 포스터를 보니 한편으로 너무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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